운동하는 습관을 만드는 방법

훔쳐보라고 쓰는 일기

OCT 29, 2018

집 앞 헬스장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필라테스를 계속 하고 싶었지만 비용이 부담돼 무얼할까 한달정도 고민만 하다 헬스장의 존재가 떠올랐다. 오피스텔 입주민을 위한 공간인데, 처음 입주했을 땐 이 헬스장이 오픈하기만을 오매불량 기다렸건만 막상 문을 열고 나니 잘 안 가게 됐다. 무료 시설이다 보니 아무래도 불편한 것들이 있다. 사물함도 없고, 마실 물도 없고.. 생각해보면 그냥 핑계 같다. 돈 내고 다니는 게 아니니 강제성이 생기지 않아 한참을 가지 않았었다.

운동을 하지 않은 한달간 몸이 무겁고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꽤 좋다. 일단 엘리베이터타고 내려가면 바로 운동을 할 수 있으니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저녁을 잔뜩 먹고 몸이 무거워서 뒹굴대다가도 밤 9시쯤 벌떡 일어나서 운동에 나선다. 오늘은 9시20분까지 밍기적대다 결국 나왔다. 40분밖에 못 하더라도 안 하는 것 보단 하는 게 무조건 좋다. 그러니 나와야 한다.

새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루틴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하기 싫은 일들을 하게 만들려면 그 속에 내가 좋아하는 걸 한두개쯤은 넣어놔야 한다. 내가 나를 길들이는 방법 중 하나다. 사소하지만 이 운동의 시작에는 넷플릭스가 있었다. 아이패드를 들고 와서 넷플릭스로 ‘익스플레인-세계를 해설하다’를 보기 시작했다. 15-20분짜리 짧은 영상이라 걷기/달리기를 하며 보기에 딱 좋다.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흡수해야 하는 다큐멘터리라 집중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보기 좋게 아주 잘 만들어놨다. 이 다큐는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주제를 아주 짧고 간결하게 20분 안에 설명하는데, 주제 선택도 흥미롭다. 정치적 올바름, 케이팝, 주식시장, 대마초, 왜 여성은 적게 버는가, 영원히 산다는 것, 문신 등 아주 재미있는 주제들이다. 이 다큐를 소개해준 친구 말마따나, 짧게 흡수하고 어디가서 아는척하며 이야기하기 좋다. 이걸 보면서 운동을 하니 재미있어서 계속 하게 된다.

예전엔 트레드밀을 20분 이상 하지 못했다. 지루해서. 티비가 달려있긴 하지만 소리도 없이 화면만 보는 것도 지루하고, 이어폰을 꽂고 듣자니 뭔가 거추장스러워서. 그래서 아이패드를 가지고 오기 시작한 거다. 에어팟을 끼고 뛰면 선으로부터 자유로워서 좋다. 앞서 말했듯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만들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환경을 구성해야 한다.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있으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하지 않게 되니까.

요즘은 달리기도 한다. 그동안은 트레드밀을 할 때도 항상 걸어다녔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달리기가 즐거워졌다. 뛰다가 숨이 차면 슬슬 걷다가, 괜찮으면 또 뛰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이래서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구나 싶다. 하고 나면 정말 기분이 좋지만 하러 가기까지가 가장 힘들다. 정말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같다. 무거운 내 몸을 일으켜 현관문밖을 나서는 일이. 일단 운동을 하러 가면 그때부터는 힘들지 않다.

오늘은 문닫는 시간에 맞춰 10시까지 운동을 하고 나왔다. 운동하러 갈 땐 점퍼를 입고도 쌀쌀했는데 운동을 마치고 나니 몸이 따뜻해져 반팔을 입고도 춥지 않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좋다. 날씨도 맑고, 게다가 금요일이다. 헬스장 앞에 벤치가 있길래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눈을 감았다. 차들이 지나다니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린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구나 싶었다. 이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 이런걸 명상이라고 하나. 눈을 뜨니 반짝 반짝한 거리의 조명들이 눈에 들어온다. 기차역은 오늘도 밝게 빛나고 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손짓하는 것 같다. 행복한 밤이다.

원문: 운동하는 습관을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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