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은 서툴지만 물과는 아주 친한

세 화가의 명화 속 수영하는 사람들

MAR 22, 2018

수능이 끝나고 제일 먼저 한 것은 수영장 등록이다.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여행도 다니고 수영할 일이 많아질 테니까. 제2의 마이클 펠프스를 상상하며 첫 수업을 들었는데 현실은 음~파! 호흡과 발차기 5분만 해도 힘들어서 헉헉댄다. 물에 뜨질 않아서 발로 걸어 다니고, 호흡할 때 ‘음~’하고 물 먹고 ‘파!’하고 물 뱉는 시간이 계속된다. 실력의 발전은 없었으나 물과 함께하는 순간은 늘 즐겁다.

대학입학과 함께 바빠지면서 수영을 그만뒀다. 여행지에서 수영을 하려고 배웠지만, 학점, 군대, 취업 등 당장 해결할 것의 우선순위에서 여행은 계속해서 밀렸다.

최근에서야 수영복 대신 미술관티켓이 든 가방을 들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미술관의 다양한 작품 중에서 물과 관련된, 누군가 헤엄치는 그림 앞에서 멈춰서는 나를 발견한다. 잊은 줄 알았던 수영의 기억이 떠오른다. 물에서의 호흡, 팔다리를 뻗을 때마다 느껴지는 물의 감촉, 수영이 끝나고 곱씹는 물의 여운.

아직 내 몸은 기억하고 있던 거다. 물과 함께했던 순간을.

 

 

 

‘음~’하고 마시고 ‘파!’하고 뱉는 호흡법을 열심히 외웠다. 정작 나의 호흡은 ‘읍!’하고 물에 빠졌다가 ‘하!’하고 물 밖에 나와서 숨을 빨아들이는 식이다. 의지와 상관없이 물에 잠길 때면 들리는 소리가 있다. 마치 물이 숨 쉬는 소리 같다.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물과 진짜 호흡하는 느낌이다. 수영에 필요한 호흡에 실패해서 물에 잠길 때마다 들리던 물의 호흡소리가 내게는 괜찮다고 말하는 위로처럼 들렸다.

 

 

 

평영, 접영, 배영은 꿈도 못 꾸고 자유형을 하는데 조금 가다가 가라앉아서 두 발로 걸어가는, 단어 그대로 ‘자유’형이 된다. 손으로 물살을 가르고 발로 물을 찰 때마다 저항보다 포근함을 더 많이 느낀다. 물의 온도는 금세 내 체온을 닮아가고, 물의 형태는 손과 발의 방향에 따라 바뀐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하루 끝에 수영장을 찾는다. 물은 언제나 자신의 온도와 형태를 내게 맞춰준다. 덕분에 내가 믿는 물의 감촉은 항상 부드럽고 따뜻하다.

 

 

 

수영하는 자신을 계속 상상해보라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상상을 시작하면 막상 떠오르는 것은 내가 아니라 물이다. 수영이 끝나면 귀에는 물의 호흡소리가, 입에는 물의 맛이, 쪼그라든 손에는 물의 촉감이 남아 있다. 그 여운을 느끼며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물처럼 편견 없이 포근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오늘도 물이 되는 꿈을 꾼다.

 

 

커버/썸네일 이미지 : Munich Olympic Poster 1972, David Hockney
이미지 출처 :
www.wikiart.org, www.davidhockney.co, alexcolvill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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